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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학문학 < ㅈ반고 정시파이터의 하루 >
  • 투명한참치
  • ·
  • 조회 202회
  • ·
  • 24.03.13 02:06

아침 7시 기상
아침을 먹고 양치하고, 체육복을 챙겨입고,
오늘도 ㅈ반고로 버스를 타고 향한다.

7시 55분 교실 도착.
ㅈ반고의 아침은 시끄럽다.
패드에 버즈를 연결하고 백색소음을 튼 후
아침 감성으로 국어 공부를 시작한다.
아침엔 문학, 문학은 김동욱.

담임선생이 들어와서 뭐라 씨부린다.
보통 나랑 큰 상관 없는 내용이므로 무시한다.
8시 20분부터 1교시가 시작된다.
이동은 해야 하므로 시간표를 보고, 교과서와 사교육 교재를 잔뜩 챙겨들고 수업이 있는 교실로 옮겨간다.

수업 시간이다.
ㅈ반고 선생은 나름대로 열심히 떠들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ㅈ반고 선생이 인강 강사들보다 잘 가르치는 건 아니다.
1교시이므로, 희미하게 남은 아침 감성을 살려
김동욱의 고전시가 강좌를 듣는다.

2교시는 지리 시간이다.
지리 선생은 정시러들을 빡세게 잡기로 유명하다.
잘못 걸리면 골치 아프니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시간으로 하자.

3교시는 정시러들 안 잡기로 유명한 생윤 시간이다.
당당하게 "I D E A"를 펼치고 김기현의 강의를 듣는다.
수학만 어떻게 해결되면 수능으로 대학 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부풀어 열심히 공부한다.

옆자리에서 뉴런을 듣고 있는 내 친구가 보인다.
우리는 사교육을 사랑한다!

생윤 수업이 4교시까지 연강이다.
이때 3~4교시 쉬는시간은, 교실이 생윤 듣는 여자애들로 가득 차게 된다.
진짜 뒤지게 시끄럽다.
물리 이딴 거면 수강생들이 몸에서 냄새는 날지언정 다 찐따들이라 쉬는시간도 조용한데, 생윤은 그딴 거 없다
여자애들은 어디선가 지 친구를 끌고 와서 수다를 떤다.
28명이 수업 듣는 교실에 여자애들 40명이 들어온다.

묵묵히 강의의 음량을 키우고, 아이디어에 집중한다.
수학을 하자.

4교시가 끝나면 점심시간이다.
3학년의 특권은 바로 점심을 가장 먼저 먹는다는 것이다.
빨리 급식실로 내려가서 밥을 20분 내로 쳐먹고
남은 40분은 자습실로 가서 공부를 해야 한다.

요즘은 꼴에 고3이라고 자습실에 허수들이 많다.
하지만 이 허수들은 딱히 공부는 안 한다.
그냥 관리자가 없는 자습실에서 몰폰하려고 오는 거다.

물론 나는 묵묵히 수학 문제를 푼다.
옆자리에서 수분감 푸는 내 동료가 왠지 든든하다.

5교시 예비종이 울린다.
5교시는 확통이므로, 확통 교과서와 사교육 교재를 챙겨들고
확통 수업하는 교실로 향한다.

다시 버즈를 끼고 백색소음을 틀고
수학 문제에 집중하려는 찰나,

"야, 거기 너 뭐야?"
확통 선생의 약간 화난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씹, 확통 원래는 잘 안 잡는데?
오늘 아침 확통 선생이 투자한 주식이 존나 떨어졌나 보다.
재수 없는 날이다.

어느새 확통 선생이 내 자리까지 와서, 태블릿을 집어 넣으라고 한다. 옆자리에서 수분감 풀던 3끼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책을 정라했다. 든든하다고 말했던 거 취소다 씹새끼...

한 번 개겨본다.
"제가 왜요?"

"지금은 내 수업 시간이니까 집어 넣어. 너 이러는 것도 교권 침해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교권이란 단어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교권이 아니라 수업하실 의무죠. 수업하시고 나랏돈 받아가시지 않습니까? 그게 어떻게 권리가 됩니까?"

"야 이 새끼야!"
기분이 어지간히 안 좋은가 보다.
최소 -20%다.

하아- 진짜 자퇴를 하든지 해야지.
1년 더 박아서라도 자퇴를 하든가 해야겠다.
일단 식곤증도 몰려오고, 더 싸우기 귀찮으니 조용히 꼬리를 내린다. 이제 자야지...

수분감 듣던 그 3끼가 나를 깨워준다.
수업 끝났댄다.
그래도 친구라고 의리는 있는 3끼... 고맙다.

6교시는 체육이다.
체육 시간이지만 손을 들고 "쌤, 저 머리가 아파서..."
"어, 열외~"
이제 레퍼토리도 똑같아서 다 듣지도 않으신다.
그래도 내게 일주일에 한 번이나마 자습을 챙겨주시는 고마운 분이시다. 품속에 숨겨 왔던 수능특강을 꺼낸다.

수능특강 (문학, 표지 '소라사키 히나' 에디션)
나는 수능특강조차 돈 아깝다고 제본한 놈이다.
원본보다 한 2천원쯤 싸다.
그래도 표지에 히나쨩의 얼굴을 갖다 박을 수 있으니 좋다.

문학 연계 작품을 분석한다.
솔직히 뭔 소린지는 못 알아 먹겠다.
그래도 일단 보긴 봐야 한다. 연계 체감이 지리는 문학이란 말이다.



그렇게 6교시까지 수업이 끝난다.
다시 교실로 돌아간다.

짐을 챙기고, 담임이 뭐라뭐라 하는데 그건 딱히 내 알 바가 아니고, 독서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3시 20분, 독서실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한다.





그리고 12시 35분, 독서실에서 나온다.

다시 집으로 향한다.

차고지행 버스 막차가 텅 빈 도로를 달린다.

송파구청 딱지를 단 기계가 도로 포장 공사 중이다.



아무도 없는 공허한 밤의 거리.

집으로 향한다.

"다카라 모소 칸쇼 다이쇼 렌메이-"

일본 노래가 버즈에서 흘러 나온다.

아무도 없는 한국 거리에서, 내 귀에 들리는 유일한 소리는 일본어다. 참 기이하다.

진짜 학교를 때려칠까, 수능 탐구를 바꿔볼까... 온갖 잡생각을 하다 집에 도착한다.

오전 12시 55분, 어머니가 수고했다며 반겨 주신다.

귀찮으니, 밥은 먹지 않는다.

씻고 나서 오학을 켜고, 뻘글을 쓴다.

그리고...

그리고...

잠에 든다.

일반적으로 오전 2시 30분 경이다.

4시간 반 후에, 나는 다시 일어나야 한다.

내일 하루를 또다시 나는 버텨낼 수 있을까.


댓글 27

ㄹㅇ ㅈ반고는 9시 1교시 시작이에요

그건 그냥 경기도라서...

경기도에도 8시 20분 30분 등교라는 학교 있어요..

내 고등학교는 중학교보다 등교시간이 느린..ㅋㅋㅋ

에? 경기도 교육감이 정한 거 아녔냐
근데 서울은 전부 8시 등교인 걸로 앎... ㅋㅋ...

우리 샘이 경기도학교가 수능때 자기 실력이 안 나오는 이유가 수능날은 ☆특별☆하게 일찍일어나야 한다는 것때문에 잠 못자고 하는것도 크다고..

이런 ㅅ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사실 실수들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알아서 생활패턴 맞춘다는...

그래서 내 학교가 ㅈ반고라는..

ㅋㅋㅋㅋㅋㅋㅋ

난 8시 30분정도에 등교하는데 가면 나 보다 먼저온 사람 5명도 안되는게 현실..

등교시간보다 30분 일찍 가면 그럴 만 하지
우린 등교시간 30분 전에야 교문 열린다 ㅋㅋㅋ

ㅋㅋ 우린 8시에도 열려있긴 한거 같긴한데 그 시간에 가는사람이 있게ㅛ지..?


12모 몇등급임?

14211

과탐? 사탐?

사탐
수능이면 1컷 50에 2등급 블랭크일 난이도인데도 2학년 모고라 등급컷 너무 달달함

멋있다 올해 원하는대학 꼭 붙어랑

고맙다
너도 수시일지 정시일진 몰라도 암튼 존나 파이팅해라


흠흠...일단 학교성적도안나오는데 수능이 나올일이없다.. 난 사실 ㅈ반고라는 뜻을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자기 성적이 마음에안드니 ㅈ반고라고하겠지.. 막 94점맞는데 3등급이떴다면몰라도 아니라면 그저 남들보다 자기가 났다고 생각하는 허수일지도

ㅈ반고는 그냥 줫같이 공부 안 하는 일반고 얘기구요... 그냥 수시로 대학 편히 가셔요


원하는 대학하고 학과 어디에여..?

시립대 도시행정

고3때부터 정시준비한거에요?


이 글 보니까 개우울해지네요.. 파이팅

니도 파이팅해라!!


글 잘쓰시네요 화이팅 하세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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