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를 마치며, 교수님께 드릴 편지
- 댓글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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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8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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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06.28 20:45
새벽 다섯 시, 부산항이 아직 남빛 어둠에 반쯤 잠겨 있을 때, 첫 기적이 물비늘 위로 은빛 파문을 던집니다.
거대한 컨테이너 크레인들이 수요곡선처럼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팔을 낮추면, 멀리 떠나는 화물선은 공급선처럼 수평선을 향해 천천히 미끄러집니다.
그 순간 저는 바닷바람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그래프를 머릿속에 그립니다.
바람이 기록지를 넘기듯 페이지를 흔들 때마다, 시장이라는 서사가 어떻게 숨 쉬는지, 숫자라는 언어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연주하는 리듬을 만드는지 귀 기울입니다.
경제학은 제게 숫자와 기호로 엮인 장편 서정시이며, 자유로운 거래는 그 시에 뛰는 맥박입니다.
고등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선 이후, 저는 ‘자유로운 사유’를 항로 삼아 이 학과에 닿았습니다.
검정고시 합격통지서를 받던 날, 제 머릿속에는 케인스의 유효수요 곡선이 불꽃놀이처럼 터졌고, 마샬의 교차탄력성이 밤하늘 별자리처럼 촘촘히 이어졌습니다.
경제학은 저에겐 늘 꿈을 설계하는 지도였습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구축해 더 많은 사람이 공정한 기회를 얻도록 돕고 싶습니다.
숫자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저는 항구의 새벽 안개만큼이나 선명히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항로에는 암초도 있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ADHD와 우울증이라는 파편을 남겼고, 불시에 몰아치는 트라우마와 공황장애는 학기중에도 병원행을 불가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앞선 새벽 항만처럼 질서정연하게 항로를 지켰습니다.
과제에서 만점, 기말고사에서도 만점을 받았습니다.
혼자 밤을 새워가며 작성한 논문은 4편을 넘겼고, 그 자료들은 제 작은 꿈의 설계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세상을 모르는 18살 소년입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를 바라보며 느낀 불안과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연구원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꿈은 제 개인의 성공이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사랑하는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배가 만조를 노려 항구를 드나들 듯, 저 또한 변수 많은 삶 속에서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내는 경제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남은 대학 생활 동안 제 연구가 어떻게 바다와 시장, 그리고 사람을 동시에 이롭게 하는지 분명한 실증으로 증명하겠습니다.
항상 가르침에 감사드리며, 이 수업이 제가 그리는 항로의 등불로 오래 비춰지길 바랍니다.
대학원생으로 납치해달란거임?
하 말투 겁나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 잘쓰네
납치 당하겠노
팥차 맛 좀 보실라우?
칫... 어이, 오마에.. 문학창작챈으로 오는 쪽은 어떠냐?
글쓰기 잘한다!!
게시글만 봐도 A학점
시인이노
비유 좋구만
교수:너 납치당한거야
18세..? 논문 4개..?
본문에도 나와있듯 검정고시 출신이라 좀 빠르게 대학에 왔습니다
논문 4개가 작은거야?
오..
네
힘내세요
교수님을 부산항에 파묻고 싶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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