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곤한라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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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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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08.07 20:24

지붕은 제 위에 앉는 것을 묻지 않는다
우박이든 새똥이든 죽은 잎이든
형벌처럼 받아 안고도 기울지 않는 등
나는 그 등을 훔쳐보는 버릇이 생겼다

지금 그대의 눈은 우물이다
우물은 제 속에 빠진 별을 건져주지 않고
형형한 채로 그냥 품어버린다
빠진 별도 그 속에서 마저 빛나고
나는 두레박도 없이 그 가를 돈다

지척이 천 리가 되는 저녁이 있다
우리 사이에 아무것도 놓이지 않았는데
형광등 빛 한 겹이 유리벽처럼 서서
그대의 웃음은 저쪽 나라의 날씨
나는 이쪽에서 혼자 계절을 앓는다

지난밤 꿈은 한 뼘이었다
우산 속이라는 작고 둥근 나라에서
형용사를 다 잊은 채 어깨만 닿아 있던,
깨어보니 그 나라는 지도에 없고
젖지 않은 어깨가 이상하게 시렸다

지렁이도 제 몸으로 흙을 안는다는데
우거진 것들은 다 안는 법을 알아서
형편없는 돌멩이 하나까지 뿌리로 감싸는데
나의 품은 왜 이리 좁게 지어졌나
한 사람 들이면 문이 닫히는 오두막

지는 해를 보아라, 저 헤픈 사랑을
우묵한 골짜기와 잘난 봉우리를
형제처럼 똑같은 주홍으로 껴안고
말없이 산을 넘어가는 저 넓이를
나는 입장권도 없이 구경만 한다

지워지지 않는 부러움 하나 품고
우두커니 겨울을 기다린다
형체 없는 것들도 다 덮는 눈이 온다니
나도 언젠가는, 묻지 않고 안는
그 하얗고 무심한 것이 되고 싶어서


댓글 10

와 이거 다 너가쓴거야? 진짜 잘썻당!!

고맘습니다


책 쓰시는 분이에요?

헉 아니요오

워메 단어 선택이 고급지심 너무 잘 쓰세요!!!!

감사할 따름임니다...

감사할 따름임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리 아리따운 글에 정말 최고라는 댓글을 100만개 쯤 달고 싶습니다...

저도 이리 감격스러운 댓글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천만 개쯤 달아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이리 감격스러운 댓글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천만 개쯤 달아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 글이 너무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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